추석을 앞둔 어느 날.
보고싶었던 어머니께 전화가 걸려왔다.
"아들~ 공부하기 힘들지? 그래도 추석에는 내려와~ 공부도 중요하지만 오랜만에 내려와서 좀 쉬다 가야지!"
"네! 생각 좀 해보구요"
"그래~ 그럼 끊어~"
전화를 끊을려는 순간 전화 너머로 대화 소리가 들려온다.
- 에잉~ 저 쓸모 없는 자식! 남들 다 하는 취직도 못하고 저거 뭐하는거야?
- 여보! 애 앞에서는 절대 그런 말 말아요! 열심히 하고 있는 애한테 뭐하는 거에요!
- 열심히 하기는! 저거 공부한다 하고 매일 노는거 아니야? 그러니까 지금까지 취직도 못하고 있지!
더 이상 듣기 힘들어서 끊었다. 부모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건가.. 너무 가슴이 아프다.
어머니의 부탁대로 추석이 되자 집으로 내려갔다.
그리고 역시 취직을 위해 공부를 하고 있었다.
"아들! 이것 좀 먹어가면서 해~ 힘들어도 좀만 참고!"
"네! 어머니"
어머니께서 과일을 깍아서 가져다 주셨다. 정말 죄송할 따름이다.
그런데 아버지께서 문을 쎄게 여시고는 들어오셨다.
"아니! 이놈이 뭐가 예쁘다고 이딴걸 같다 쳐 먹여!"
눈 깜짝할 사이 과일과 쟁반은 바닥에 어지러이 흩어졌다.
"아니 왜 그래요! 안그래도 힘든 애한테!"
"힘들긴 뭐가 힘들어! 이놈이 시험을 합격해 면접을 합격해! 옆 집 재원이는 이번 추석때 내려오면서 선물을 한 보따리 가져 왔다더라! 그정도는 못할 망정 아무것도 없이 빈 손으로 오고! 너 솔직히 말해봐! 공부한다고 가서는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매일 놀러 다니는거지!"
아버지께서는 내 머리를 툭툭 치며 화를 내셨다.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난다.
"어휴! 진짜 왜그래요!! 저리 가요! 아이구! 이놈아! 그러니까 좀 잘좀 하지! 너만 오면 매번 이러니..."
순간 너무 울컥 했다.
"제가 놀았어요!? 저도 할만큼 했어요! 했는데 안되는걸 어쩌라는 거에요! 제가 돈이 있어요 빽이 있어요! 아무것도 없는 제가 취직하기가 쉬운줄 알아요! 저도 답답해요! 저도 답답하다구요!!"
"아니! 이놈의 자식이 어디서 부모한테 소리지르고 있어!"
"짝!!!"
"꺅! 왜 애를 때리고 그래요! 하지 마요!"
"저리가!"
화가 난 아버지께 뺨을 맞고 엎어졌다.. 그리고 아버지의 구타.. 어머니가 말리시지만 어머니도 아버지가 밀치시는 바람에 넘어지셨다.
때리다 지치신 아버지께서 어머니와 함께 나가신다.
"에잉~ 저 쓸모 없는 자식은 왜 태어나가지고!"
결국 이렇게 가족에게도 버림을 받았다. 이제 세상에서 내 편이 되어 줄 사람은 없다. 난 혼자다. 아무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고, 아무도 날 생각해 주지 않는다. 이런 세상에서 내가 더 이상 살아갈 수 있을까? 이런 내가 살아가도 되는 세상일까? 그래. 내가 사라져야지. 내가 죽어야지. 내가 죽으면 그 때는 누구든지 한번은 내 이름을 불러 주겠지. 그래주겠지.
내가 원하는 세상은 이런 세상이 아니였어. 언제나 마음 따뜻한 말이 오고 가고. 서로 웃고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. 따뜻하게 내 이름 한번 불러주는 그런 세상. 내가 원하는건 그것뿐이야.